AI × SI·개발 대표 글
AI 시대의 SI 개발 -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남는가
AI가 코드를 쓰는 시대에 SI 프로젝트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20년 넘게 시스템을 만들어 온 개발사가 발주자의 눈높이에서 정리한 변화와 불변의 목록.
테크유니온 5분 읽기
"AI가 코드를 다 짜 주는데, 개발 비용은 왜 그대로인가요?"
요즘 발주 상담에서 종종 받는 질문입니다. 정당한 질문이고, 진지하게 답할 가치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 개발의 어떤 부분은 정말로 싸고 빨라졌고, 어떤 부분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중요해진 부분도 있습니다. 이 세 가지를 구분하는 것이 AI 시대에 시스템을 발주하는 분들이 알아야 할 거의 전부입니다.
정말로 바뀐 것들
코드를 만드는 속도가 달라졌습니다. 화면 하나, API 하나를 만드는 시간은 체감상 크게 줄었습니다. 반복적인 CRUD 코드, 데이터 변환, 테스트 코드 초안처럼 패턴이 분명한 작업일수록 효과가 큽니다. 예전 같으면 주니어 개발자가 이틀 붙잡을 일이 반나절에 끝나기도 합니다.
프로토타입의 위상이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일단 문서로 합의하고 개발에 들어가는" 것이 순서였습니다. 지금은 동작하는 시안을 먼저 만들어 보여 주고, 그걸 두드려 보며 요구사항을 다듬는 방식이 현실적인 선택지가 됐습니다. 문서 열 장보다 클릭해 볼 수 있는 화면 하나가 오해를 훨씬 많이 줄입니다.
문서화의 핑계가 사라졌습니다. 코드 설명, API 명세, 운영 매뉴얼 초안 같은 문서 작업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던 일이었는데, 이제 초안 생성 비용이 거의 0에 가까워졌습니다. 문서가 부실한 프로젝트는 이제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챙기지 않아서입니다.
조금도 바뀌지 않은 것들
요구사항을 정의하는 일. AI는 시키는 일을 잘합니다. 문제는 무엇을 시킬지 아는 것이 프로젝트의 절반이라는 점입니다. "회원 관리 기능"이라는 한 줄 뒤에는 수십 개의 결정이 숨어 있습니다. 탈퇴한 회원의 데이터는 언제까지 보관하는지, 중복 가입은 무엇으로 판별하는지, 관리자는 회원 비밀번호를 볼 수 있어야 하는지. 이 결정들은 업무를 아는 사람과 시스템을 아는 사람이 마주 앉아야 나옵니다. AI는 이 대화에 배석할 수는 있어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책임지는 일. 시스템이 새벽에 멈추면 누군가 일어나서 고쳐야 합니다. 데이터가 꼬이면 누군가 복구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야 합니다. AI가 짠 코드에 문제가 생겼을 때 "AI가 짰습니다"는 답변이 될 수 없습니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은 여전히 회사이고 사람입니다.
도메인을 이해하는 일. 저희는 요양 관리, 에너지 관제, 교육 시스템처럼 성격이 전혀 다른 분야의 시스템을 만들어 왔습니다. 분야마다 그 업의 규칙과 예외, 현장의 관행이 있습니다. 이 지식은 프로젝트를 해 봐야 쌓이고, 쌓인 만큼 설계가 달라집니다. AI는 일반론에 강하지만, 특정 현장의 "여기서는 이렇게 안 하면 사고 난다"는 데이터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더 중요해진 것들
검증하는 능력. AI가 만든 코드는 그럴듯합니다. 그럴듯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겉보기에 동작하는 코드와 운영 환경에서 3년을 버티는 코드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격이 있고, 그 간격을 보는 눈은 경험에서 나옵니다. 코드 생산이 싸질수록,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지 판단하는 리뷰의 가치는 올라갑니다.
보안과 데이터 설계. 생성 속도가 빨라지면 허술한 시스템도 빨리 만들어집니다. 개인정보를 다루는 테이블 설계, 권한 체계, 입력 검증 같은 기초는 AI가 알아서 챙겨 주지 않습니다. 시켜야 챙기고, 시키려면 알아야 합니다.
발주자에게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
견적의 무게중심이 이동합니다. 예전에는 "화면 몇 개, 기능 몇 개"가 견적의 뼈대였다면, 앞으로는 요구사항 정의, 설계, 검증, 운영 이관처럼 사람의 판단이 들어가는 공정의 비중이 커집니다. 단순 기능 구현만 놓고 보면 총액이 내려갈 여지가 있지만, "AI로 하니까 반값"을 내세우는 곳이 있다면 그 절반이 어느 공정에서 빠졌는지 물어보셔야 합니다. 대개 검증과 문서, 즉 사고가 났을 때 여러분을 지켜 줄 부분이 빠져 있습니다.
개발사를 고르는 기준도 달라집니다. "몇 명이 몇 달 투입되나요"보다 나은 질문은 이것입니다. "요구사항이 흔들릴 때 어떻게 잡아 주시나요", "AI 도구를 어디에 쓰고 어디에 안 쓰시나요", "검증은 누가 어떻게 하나요". 이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는 회사와 일하시면 됩니다.
정리
AI는 SI 개발에서 '타이핑'을 없애 가고 있습니다. 남는 것은 무엇을 만들지 정의하고, 만들어진 것을 검증하고, 운영을 책임지는 일 - 원래부터 개발의 본질이었던 부분입니다. 도구가 바뀌었을 뿐 업의 본질은 그대로라는 말은 진부하지만, 이번에는 사실입니다.
테크유니온은 AI 도구를 실무에 적극적으로 쓰면서도, 설계와 검증에는 사람의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구축을 검토 중이시라면 편하게 문의 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AI 덕분에 개발비가 싸졌다는데, 견적은 왜 안 내려가나요?
코드 작성 시간은 실제로 줄었지만, 프로젝트 비용에서 순수 코딩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작습니다. 요구사항 정의, 설계, 테스트, 소통, 운영 준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이 공정들은 AI로 줄지 않습니다. 코딩 비중이 큰 단순한 프로젝트라면 실제로 견적이 내려갈 수 있습니다.
내부 직원이 AI로 직접 만드는 것과 개발사에 맡기는 것, 어떻게 판단하나요?
실패해도 되는 도구(내부용 자동화, 일회성 분석)는 직접 만들어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반면 고객 데이터가 오가거나, 멈추면 영업에 지장이 생기거나, 몇 년을 운영해야 하는 시스템이라면 책임 소재와 운영 체계가 있는 쪽이 안전합니다.
AI 기능(챗봇 등)을 기존 시스템에 추가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하나요?
기능이 아니라 데이터부터 봐야 합니다. AI 기능의 품질은 회사가 가진 데이터의 정리 상태가 결정합니다. 저희도 상담 시 데이터 현황 확인부터 시작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 클러스터의 레거시 시스템 AI 연동 편에서 다룹니다.
개발사가 AI를 쓰면 품질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요?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검증 체계의 문제입니다. AI가 쓴 코드든 사람이 쓴 코드든 리뷰와 테스트 없이 나가는 코드가 위험합니다. 개발사에 "AI를 쓰느냐"보다 "검증을 어떻게 하느냐"를 물어보시길 권합니다.